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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소식지

[제31호] 2016년 겨울 교사연수 - 션샘의 유럽탐방 인솔후기!!, 영국, 덴마크, 네덜란드, 브루더호프 공동체, 발도로프 학교

by 달빛샘 2016. 4.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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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겨울 교사연수 - 션샘의 유럽탐방 인솔후기!!

  • "소명학교는 하나님의 약속을 붙잡고 하늘꿈을 품고 유럽땅을 디디고 있습니다."
  • "하나님은 유럽에서도 역사하십니다!"


1. 들어가며

2016년 1월 4일, 유라시아 대륙을 가로질러 오신 세 분의 선생님께서 드디어 땅끝의 섬나라 영국에 도착하셨다. 12시간 동안 비행기 안에서 자유를 감금당하여 누적된 피로가 우리의 존재를 위협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발길과 마음길이 처음 향한 곳은 WEC(Worldwide Evangelization for Christ)이라는 선교단체본부였다. WEC은 케임브리지 7인 중 한 명이었던 C.T.스터드가1913년에 창립한 선교단체로 800여명의 선교사를 전세계에 파송했다. 한국에서도 지부가 있지만, 우리가 방문한 건물이 전세계 선교를 총 지휘하는 본부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올 가을에 이 건물은 재정난을 이기지 못해서 매각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얼마 전 위클리프 성경번역회 건물이 팔린 것을 생각하면 선교단체의 본부가 하나씩 잠식당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는 선교센터의 가든을 한 바퀴 휘돌았다. 그리고 나무 십자가 앞에서 잠시 멈추어 보았다. 많은 선교사님들이 저마다 지고 있는 사역을 붙들고 이 십자가 아래서 기도를 쏟아내었으리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짠해졌다. 입구에는 미전도 종족을 향하여(Reaching the unreached)라는 팻말이 있었고, 마침 신년 모임을 하고 계신 한국선교사님들이 계셔서 자세한 사정얘기도 함께 들었다. 그렇다. 우리의 여행은 여기서부터 시작이다. 유럽이 선교지라고 하는 이유는 매일마다 교회와 선교단체가 매각되며 기독교의 입지를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님 나라의 영토가 조금씩 침잠되고 있는 곳 그러나 한 때는 전세계를 향해 손을 뻗었던 신앙의 선조들이 다 이루지 못한 비원이 살아 숨쉬는 곳. 그곳이 바로 유럽이다. 이전 세대가 다 이루지 못한 ‘사명(使命)’은 누군가가 다음세대를 통해 완성해야 할 시대적 ‘소명(召命)’이지 않겠나. 그것이 바로 소명학교가 하늘꿈을 품고 유럽땅을 디디고 있는 이유이리라. 오던 길에 하늘에 그려 놓았던 쌍무지개는 다음 세대를 품고 있는 우리에게 주시는 하나님의 약속이요 호흡과 같이 느껴졌다.



2. 영국유학반 그 역사적인 모임 – 펠릭스토우 국제학교 Felixstowe International College



영국 동부의 작은 마을 펠릭스토우(Felixstowe)에 있는 펠릭스토우 국제학교(FIC)에 소명학교 학생들이 모였다. 작년에도 별빛.달빛선생님과 함께 런던에서 모임을 가졌으니 매년 1월이 되면 소명모임을 하고 있는 듯하다. 현재 이 학교에서 공부하고 있는 유림이. 지예를 비롯하여 멀리서 와 준 지훈.성도.주열까지 오랫만에 만난 친구, 선후배들, 선생님들과 함께 이 낯선 땅에서 소명인으로 만나는 것이 우리모두에게 감격스러웠다. 가장 먼저 영국땅을 밟은 1기 지훈이로부터 막내 유림이까지 모두다 가슴에 한아름 안고 있는 기도제목을 마냥 나누었다. 그리고 우리는 함께 기도하며 이 젊은이들의 인생을 주님께 올려 드렸다. 모두다 다른 모양이었지만, 가슴 깊은 곳에는 내가 배운 것을 누군가에게 기꺼이 나누겠다는 소명을 가지고 살아가니, 때가 되면 하나님께서 귀하게 사용하시지 않을까 기대한다. 그리하여 우리 소명의 기독청년들이 유럽땅에서 하나님의 나라를 다시 회복하는 일에 쓰임받을 수 있다면 그것이 우리가이 땅을 디디고 있는 이유이리라. 2013년 9월 한 명의 소명학생을 시작으로 점점 부흥하고 있는 소명학교 영국유학반을 볼 때마다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저 하늘의 쌍무지개를 통해 주님도 환하게 웃고 계시려나.



3. 잃어버린 미래, 공동체에서 고민하다 - 브루더호프 Bruderhof 공동체와 학교



개인적으로 부르더호프는 벌써 네 번째 방문이다. 극한의 경쟁 속에서 생존을 요구하는 자본주의 사회의 생채기를 안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이 공동체를 방문하면 잃어버린 고향에 온 듯한 평안을 느끼곤 한다. ‘소유’가 아니라 ‘존재’로 한 사람을 사랑하는 이곳은 브루더호프공동체! 이름에서 느껴지듯 이곳은 가진 자나 못 가진 자나 모두 한 형제로, 식구로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영국에는 두 개의 공동체가 있는데 이번에 우리가 방문한 곳은 비치그루브(Beech grove), 우리말로 하면 너도밤나무골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나도밤나무, 너도밤나무라는 밤나무과의 나무들이 있다. 율곡선생과 관련된 전설에 의하면 호환(虎患)을 면하기 위해서100개의 나무를 채워야 했는데 그만 나무가 부족하였다고 한다. 그때 나무가 썩 나타나더니 ‘나도 밤나무!’, ‘너도 밤나무!’ 라고 해서 화를 면했다고 한다. 공동체를 살리기 위해서 서로를 닮아간 아름다운 이야기처럼, 매일 자신을 부인하며 누군가를 식구로 섬기고 사는 곳이 바로 이 부르더호프 공동체다.



오후 늦게서야 공동체에 도착한 우리는 각각의 가정에 배속이 되어 환대를 받았다. 보통 이 공동체는 단체로 방문하더라도 흩어져서 여러 가정에서 생활을 한다. 단체로 왔다가 자기들끼리만 머물다 가는 경우는 없다. 공동체에 용해되어 그 정신을 체험하고 돌아가라는 뜻이다. 각자의 가정에서는 아침식사 및 저녁식사를 함께 하며 가정의 일원이 된다. 배속받은 가정에 가보니 이미 다른 손님들도 와 있었다. 특히 미혼의 멤버들 역시 모든 가정에 소속되어 가족의 일원이 된다. 이곳에서 가정이란 생물학적인 고리를 바탕으로 한 혈연공동체가 아니라 애타(愛他)적 사랑으로 묶인 영성공동체이기에, 누구나 다 한 식구요 형제.자매같아 보였다.


브루더호프는 독일에서 시작했다. 나치의 핍박을 피해서 영국으로 도망을 왔고 지금은 독일.영국을 비롯하여 호주.미국.파라과이 등에 퍼져있다. 한 마을에 약 500여명이 모여 살지만 모두 생업을 같이 하며 한 식구처럼 생활한다. 각자의 ‘능력’에 따라 일하지만 필요에 따라서 ‘소유’하며 그 누구도 많이 가질 수 없다. 어떤 이는 공장에서, 혹자는 식당에서, 또 다른 이는 학교에서 일을 하지만 그것은 자신의 은사에 따른 차이일 뿐이며 모두들 즐겁고 기쁘게 일을 섬긴다. 일을 해도 아무도 임금을 받지는 않는다. 이 공동체에 들어올 때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겠다고 서원했기 때문이다. 무소유 공동체이지만 자신의 필요가 생기면 공동체에 요청할 수 있기에 아무도 불평하지 않는다. 소유가 사라지니 불필요한 욕심도 사라진다. 오후에 공장에서 잠시 일을 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는데 그 어느 누구도 불평하며 일하지 않았다. 따라서 여기는 정년퇴직도 없다. 나이가 지긋하신 분은 앉아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도록 배려해 놓았으며 서로 더 일하려고 하지 아무도 쉬려고 하지 않는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노동의 악마적 힘이 창궐하여 일하는 것을 착취의 대상으로 여기지만, 소유가 사라진 이곳에선 아무도 노동을 회피하지 않는다. 노동은 기도요, 삶이며 교제이기에, 힘이 닿는 한 노동을 통해 공동체에 소속되어 있으려 한다. 잠시 공장에서 일을 경험해 봤지만 그 시간마저도 서로를 알아가려고 힘쓰는 교제의 시간으로 활용한다. 몇 시간의 노동 후엔 자연스럽게 차를 마시기 위해서 한 자리에 모여들었다. 여기서는 그 누구도 리더가 될 수 없기에, 자연스럽게 둥그렇게 둘러앉는다. 그리고 따뜻한 차 한 잔을 들고 서로를 마주본다. 특별한 사회자가 없지만 자연스럽게 할 말이 있는 사람은 일어서서 발언을 하게 되어 있다. 오늘은 특별히 새로운 손님이 오셨기에 소명학교를 소개하는 시간도 가졌다.



브루더호프는 특별한 교단을 따르지는 않는다. 굳이 비슷한 교단을 찾자면 아나뱁티스트Anabaptist에 가깝다. 그러나 그마저도 특별한 교리를 따르지는 않는다. 모든 일은 함께 고민하며 같이 결정을 내린다. 우리가 방문한 날에도 전체 공동체 모임 속에서 세례를 어떻게 줘야할 것인가를 놓고 함께 회의를 했다. 모든 공동체가 함께 참여하고 모든 것은 같이 결정한다는 원칙을 통해서 공동체를 배워간다. 그러나 여기도 사람이 사는 곳이라 인간관계의 문제로 서로 고민하는 일이 잦다고 한다. 그래서 이곳에서 고수하고 있는 단 하나의 원칙이 있다. ‘There is no law but love.’ 누군가와 관계의 문제로 힘들어지면 직접 찾아가야 한다. 절대로 뒤에서 말하지 않는다는 원칙. 이 소박한 원칙을 지키며 같이 부대끼며 살아간다. 기독교 공동체가 세상과 멀어진 채 너무 단절되어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들이 대답한 것은 바로 이곳이 바로 우리가 살아내야 할 세상이라는 것이었다. 비록 이해관계가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이기에 서로를 찌르며 살 수밖에 없는 죄인임을 삶으로 고백하고 살아내야 하는 것. 그것이 그들이 여기에 있는 이유였다.



공동체 안에는 초등학교와 중등학교가 있으며 교사들은 모두 공동체의 멤버들이다. 그래서 학교 안에서도 공동체의 느낌이 많이 묻어난다. 아침 일찍 초등학교를 둘러보러 나갔다. 학교 안 현관에는 학생들과 함께 근처에서 채집한 각종 고고학적 유물들이 가득 진열되어 있었다. 이곳 초등학교는 오전에만 수업을 하고 오후에는 자연 속에서 마음껏 뛰어 놀기에 이런 활동이 가능할 성싶었다. 아마추어 고고학자가 된 학생들이 찾아낸 유물치고는 깜짝 놀랄만한 것들도 많았다. 실제로 유물을 찾아내기 위해서 금속탐지기까지 동원해서 발굴한다고 한다. 더 놀랄만한 것은 유적지가 바로 공동체 내에 있는 터라고 하니 앞마당에서 발굴한 셈이다. 학교를 더 둘러보았다. 이 학교에 있는 모든 책상.의자.팻말.놀이기구 등 나무로 제작된 것은 모두다 공동체에서 직접 만든 것이다. 즉 누군가의 부모님이 다음세대를 위해서 직접 만든다. 그래서 그런지 예술작품을 만드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특히 목공실에 들어가면 각종 연장들과 작업중인 작품들이 한창이다. 공동체에서 사용하는 것을 직접 고치고 만들면서 수업을 한다. 공동체 입구에 있는 팔각정도 학생들이 직접 만들었다고 하며, 공동체 뒤에 산더미처럼 쌓아놓은 장작도 학생들이 직접 팬다고 한다. 학교에는 컴퓨터 한 대 없지만, 모두들 망치를 들고 못을 박고, 톱을 들어 나무를 썬다. 교실에서 배울 수 없는 것을 이렇게 자연 속에서 직접 배우는 것이 브루더호프의 힘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중등학교에 가선 수업 참관을 직접 해 보았다. 고등학교 문학시간이었는데 600페이지가 넘는 아주 두꺼운 책인 ‘까라마조프의 형제들’을 읽고 있었다. 오늘 수업은 특별한 활동 없이 책의 일부를 돌아가며 읽는 것이 전부였다. 교실 속에는 두꺼운 종이 사전들이 곳곳에 있었고 학생들은 모두 이 두꺼운 책을 읽고 있었다. 수업 후에 교사들에게 물어보니 이 책을 모두 다 읽는다고 한다. 그리고 이 책을 마친 이후엔 ‘죄와 벌’을 읽을 예정이란다. 한국에서는 참고서가 너무 잘 되어 있어서 긴 작품을 다 읽지 않는다. 다 안 읽어도 작품 정리가 너무나 잘 되어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는 이런 편의주의에 물들어 작품을 읽어야 느낄 수 있는 열기와 압력을 잃어버린 지도 모르겠다. 학교에서 함께 책을 읽어내는 것만큼 의미있는 것이 또 있겠는가? 함께 읽고 같이 토론하며 서로의 생각을 나누면 그게 바로 교육이다. 동그랗게 둘러앉아서 서로의 눈을 보며 이야기는 것이 너무나 익숙한 이 공동체에서는 이렇게 느리지만 함께 성장해 가는 듯하다. 그렇다. 생명의 속도는 늘 느린 법이다. 그리스도의 생명 안에서 천천히 같이 자라가는 것. 그것이 바로 느리지만 가장 빠른 길이 아닐까? 그 잃어버린 미래를 이 공동체에선 오늘도 천천히 걸어가고 있다. 그래서 컴퓨터가 없어도 스마트폰이 없어도 각종 전자기기가 없어도 심지어 돈이 없어도 행복할 수 있다고 말하는 듯하다. 공동체를 빠져나오면서 초입에 있는 간판에 서서 Beech grove라는 이름을 다시 바라보았다. 너도 누군가에게 밤나무가 되어 보라고 속삭이는 듯하다. 학교 간판에 붙어있는 ‘Come to learn, Exit to serve’라는 문구를 다시금 생각해 본다.


4. 가슴으로 느끼고 머리로 사고하며 손으로 배우라 - 마이클홀 Michael Hall school 발도로프 Wardof 학교



뉴욕타임즈는 2011년 10월 22일자 1면 기사에서 ‘컴퓨터를 쓰지 않는 실리콘 밸리 학교’라는 기사를 실었다. 미국 실리콘 밸리의 첨단 IT 분야에 종사자들이 컴퓨터를 쓰지 않는 발도로프 학교에 보낸다는 기사였다. 이 학교의 75%는 구글.애플 같은 디지털 기업의 종사자 자녀들이라는 것이었다. 이 학교는 지금도 목공, 바느질을 하지만 컴퓨터를 쓰지는 않는다. 실제로 발도로프학교에선 12살 때까진 디지털기기에 노출되지 않는다고 한다. 교육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일어나는 것이지, 기계와 사람 사이가 아니라는 슈타이너 학교창립자의 교육관 덕택이다. 발도로프에서는 인지적 영역에 치우친 교육에 반대하며 신체와 정신의 균형과 조화를 추구한다. 특히 신체의 사용을 중시하기에 노작교육, 예술교육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을 중요한 가치로 여긴다. 우리가 방문한 학교에서도 철공.목공.도예 등은 물론이고 원예. 바느질. 심지어 책만들기를 위한 작업실까지 다양한 예술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가히 학교 캠퍼스의 반 이상이 다양한 예술 활동을 위한 작업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 정도면 무슨 예술학교라고 해도 될 정도로 이채로웠다.



무엇 때문에 이 학교는 이렇게 다양한 손활동을 중시여기는 것일까? 발도로프 교육에서는 손을 이용하여 만드는 과정을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중요한 과정으로 생각한다. 즉 추상적인 내면의 상태를 예술적으로 형상화하는 과정을 통해 자아와 세계를 알아가는 것이다. 작년에 독일 발도로프를 방문했을 때 석공 수업에 참여한 적이 있다. 그때 뿌연 먼지 마시며 석공수업을 받고 있는 학생들의 작품을 소개받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한 학생이 아버지와의 갈등과 화해를 표현한 멋진 작품을 조각으로 만들던 기억이 난다. 그렇다. 내면의 아픔을 그냥 끄집어 내기에는 너무 고통스러운 법이다. 이렇듯 발도로프에서는 ‘나’를 가장 잘 이해하는 방법으로 오늘도 예술을 배우고 있는 듯하다. 모두다 예술가가 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예술이 나를 이해하는 좋은 도구 중에 하나임을 발도로프 학생들은 조금씩 배우고 있다.



발도로프에서 또 하나 빠뜨릴 수 없는 것이 주기집중수업(에포크)이다. 이는 보통 3~4주에 걸쳐서 주제를 정해서 집중적으로 수업을 하는 발도로프만의 수업방식으로 주로 학생들의 집중도가 높은 오전에 100분 동안 진행한다. 한 주제를 가지고 한 달 정도 심도있게 다루기에 교과목과 달리 학생들이 주제에 대해 흥미를 가지고 접근할 수 있다. 또한 발도로프에는 유리드미(Eurythmy)라는 독특한 수업이 있다. 유리드미는 ‘조화’를 의미하는 EU와 리듬을 의미하는 Rythmy 가 결합된 단어로서 내면의 소리를 몸으로 나타내는 일종의 내면의 목소리다. 발도로프에서는 인간을 정신과 육체 그리고 영혼을 가진 존재라고 가정하고 인간과 우주와의 조화를 중시 여긴다. 일종의 플라톤의 이원론적 세계관이 교육과정 속에 바탕이 되어 있는 것이다. 점심 식사 후 잠깐 이야기를 나눈 교사의 말을 빌리면, 실제로 발도로프에서는 인간을 영적인 존재로 본다고 한다. 영적인 존재인 인간이 육체에 갇혀있지만 영혼과 육체를 조화시키는 과정이 바로 그들이 꿈꾸는 교육일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체육.역사, 지리 수업 등을 참여했다. 저학년은 발도로프의 교육과정이 주를 이루지만 고학년이 될수록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국가교육과정을 따라간다. 우리는 대학입시 준비로 바쁜 최고학년인 13학년 지리수업을 참관했다. 학생들의 선택에 따라 수업을 하다보니 이 수업은 단 두 명의 학생만이 수업을 듣고 있었다. 두 명은 아주 어릴 때부터 발도로프 학교를 다니던 학생이기에 학생의 눈으로 본 발도로프 교육에 대해서 잠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어렸을 때 다양한 활동을 해 본 경험들, 주제중심으로 경험했던 교육과정들이 창의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밑바탕이 되었다고 했다. 이렇게 발도로프에서 배우고 익힌 것은 졸업을 할 때 졸업논문으로 작성하여 발표한다고 한다.


발도로프에선 교사를 양성하는 교사대학프로그램이 있다. 2년 과정인 이 프로그램은 발도로프의 교사가 되기 위해서 이수해야 교생과정인 셈이다. 독일에서 시작되어 전세계에 퍼져있는 발도로프는 교사 양성 프로그램을 공유하고 있다. 그래서 한 학교에 있는 교생이 다른 학교로 가서 교생프로그램을 이수하기도 한다. 2년 과정이 끝나면 이제야 비로소 발도로프교사로서 활동할 수가 있다. 우리가 방문했던 학교에도 교생들이 와 있었는데 한 학교의 철학을 공유하고 실습하는 교사양성프로그램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도전이었다. 실제로 교사양성 프로그램을 위한 온라인 프로그램을 방문해보니 여러 발도로프학교가 한 프로그램을 공유하고 있었다. 또한 발도로프학교엔 교장이 없다. 일부 정교사들이 투표권을 가져 대표교사(chair teacher)을 뽑아 형식적인 대표권을 가진 사람이 있긴 하지만 그마저도 일반 학교처럼 결정권을 가지고 있진 않다. 그럼 이 많은 학교 업무를 도대체 어떻게 분배할까? 우리가 길게 만나 얘기한 윤리교사는 ‘위임’이라는 표현을 주로 썼다. 즉 어떤 업무를 원하는 사람에게 위임하며 대표교사는 위임교사들을 도와주는 것이 주된 임무이다. 또한 위임교사가 생기지 않으면 누군가에게 권면할 수는 있지만 이마저도 자율성에 원칙이기에 아무도 강제하지 않는다고 한다.교사들이 자연스레 리더십을 공유하며 앞서거니 뒷서거니를 자유롭게 할 줄 아는 학교. 발도로프의 힘은 이런 민주성과 공동체적 리더십에서 나오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5. 왜 우리는 행복한가? - 덴마크 그룬트비 자유학교 Gruntvig hoyskole.



월요일 아침 런던에서 출발한 비행기가 덴마크 코펜하겐에 도착했다. 코펜하겐 공항 한 쪽 벽면엔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라는 큰 글씨가 우리를 반기고 있었다. 실제로 덴마크는 UN 행복지수에서 늘 1~2위를 오르내린다. 인구가 500만 정도밖에 안 되는 작은 나라. 일년에 해가 온전히 비치는 날이 50일도 안 되는 음습한 곳. 빼어난 경치도 없고 천연자원도 많지 않는 나라가 행복한 이유는 무엇일까? 작년에 덴마크의 한 자유학교에서 수업 내내 학생들과 토론했던 기억이 난다. 덴마크 학생들은 자신이 대부분 행복하다고 믿고 있었고, 그 행복의 밑바탕엔 자신들이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있으며, 정부에 대한 강한 신뢰가 있었기에 있었다. 코펜하겐의 시내에서 덴마크에서 30년간 목회하신 목사님을 만나서 덴마크사회에 대한 긴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고민해 보았다. 목사님은 덴마크 전도사를 자처하시면서 덴마크의 밑바탕에는 정직과 신뢰가 강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강조하셨다. 그 누구도 정부가 부패할 것이라고 의심하지 않으며, 나를 버리지 않는다는 강한 신뢰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덴마크가 이루어놓은 복지는 상상을 초월한다고 한다. 그것이 덴마크가 행복할 수 있는 이유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다.



덴마크가 왜 행복한 나라인지를 알아보기 위해서 우리가 찾아간 곳은 소위 인생학교라고 일컬어지는 ‘자유학교’이다. 덴마크에는 두 종류의 자유학교가 있는데 그 중에 우리는 고등학교 졸업하고 1년의 인생을 돌이켜보는 그룬트비 호이스콜레를 찾아갔다. 덴마크가 독일과의 전쟁에서 영토의 1/3을 잃고 패전하여 있을 때 상대에 대한 적의감에 차있던 덴마크인들에게 새로운 민족의식을 고취시켜 다음세대를 일으켰던 민족의 지도자가 그룬트비목사였다. 사실 지금 덴마크는 많이 세속화되어버려 그룬트비의 영적인 영향력은 더 이상 계승되지 않는다. 하지만 많은 덴마크 학교에서 ‘살아있는 말’을 강조하며 노래에 그의 정신을 담아서 한 동아리됨을 공유하는 듯하다. 학교에는 이런 노래책자들이 배치되어 있고 아침 모임에는 노래로 시작한다. 말씀 묵상 전 찬양을 부르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가 방문한 그룬트비 학교는 고등학교 졸업을 한 학생들이 누구나 올 수 있는 곳이다 실제로 성인이 되어서 인생을 좀더 설계하고 싶어서 온 학생도 있고 심지어 학교에선 시리아 난민을 받아들이기도 해서 시리아사람들도 만날 수 있었다. 이들이 과연 1년이라는 귀한 인생을 투자해서 이곳에서 배우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자유학교는 인생을 설계하고 고민하는 곳이기에 특정한 교육과정을 따르거나 텍스트를 사용할 필요는 없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가 참관한 수업도 보석가공. 사진디자인. 미디어 등 학생들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수업도 교사가 일방적으로 강의하지는 않는다. 모두다 둘러앉아 자유롭게 생각을 나누며 작품을 만든다. 쉬는 시간에 자유롭게 앉아서 즐겁게 담소를 나누고 있는 학생들을 만나 보았다. 모두다 다른 배경과 사연으로 이곳까지 오게 되었으나 모두다 인생의 목적과 방향을 고민해 보려고 이곳에 있으며, 함께 공동체로 어울리며 더불어 사는 것을 행복해 하고 있었다. 또한 짧게는 몇 달, 길게는 몇 년 정도 여행을 다니며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고 있었고 그것을 공동체로 내면화하는 과정 속에서 자신의 인생을 찾아가는 듯했다.



두 개의 대조적인 그림이 있다. 하나는 덴마크의 조상격인 바이킹이 다른 나라를 침략하고 약탈하기 위해서 배를 띄우는 과정이고, 같은 구도의 또다른 그림은 덴마크가 이젠 가난한 나라를 돕기 위해 출항하는 그림이었다. 실제로 이 학교에서도 7명의 난민들을 받아 더불어 살아가는 즐거움을 나누고 있다. 덴마크가 만들어 놓은 복지는 흘러 넘쳐 메마른 누군가의 인생을 만지고 있는 듯하다. 적에 대한 적개심을 민족정신으로 승화시킨 그룬트비.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든 그의 숭고한 사상을 따르는 수많은 그룬트비의 후손들은 지금도 인생을 찾기 위해, 공동체를 경험하기 위해 인생학교로 향하고 있는 듯하다.


6. 마지막 그루터기를 찾아서 – 덴마크, 네덜란드 기독교학교



북유럽의 음습한 아침 공기를 마시고 코펜하겐 중앙역에 도착했다. 시계탑에서 만나자고 한 분은 덴마크 기독교학교 총 책임자인 한스(Hans Hansen)씨이다. 한스씨의 소개로 우리는 코펜하겐 근처에 있는 이사야학교(Esajasskolen)이라는 곳에 가 보게 되었다. 이사야학교는 초등과 중등과정을 함께 겸하고 있는 작은 기독교학교다. 학교 현관에 들어서니 자그마한 광장처럼 함께 둘러앉을 수 있는 공간이 있었고 오전에 모두 함께 모여 같이 예배도 드렸다. 특별히 교목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교사가 돌아가면서 말씀을 전한다고 했다. 오늘은 진흙을 두게 들고 나온 교사가 하나님이 토기장이임을 진흙으로 설명해 주고 함께 기도하는 시간을 가졌다. 예배 전후에 중등영어, 초등수학 수업을 참관하면서 덴마크에서는 수업시간마다 움직임을 많이 사용한다는 것을 느꼈다. 실제로 모든 수업의 일부분은 반드시 서로 몸을 부대낄 수 있게 구성되었으며, 학생들은 서로 움직이면서 배움의 즐거움을 느끼고 있었다.



덴마크에는 이런 복음주의 기독교학교 40여개 정도 된다고 한다. 그리고 40여개의 학교가 모여서 기독교학교 연맹을 만들었다. 우리가 만난 한스씨는 그 연명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무총장이니 우리는 덴마크 기독교학교의 최고리더를 만남 셈이다. 한스씨는 세속화된 북유럽 사회에서, 다음세대의 씨앗을 묵묵히 뿌리고 있는 그루터기 역할을 하고 있었다. 북유럽 사회가 급속히 세속회되어가면서 이제 남은 그루터기는 40여개 정도 남았다. 그러나 해가 거듭될수록 이 학교들에서 길러낸 그리스도의 제자들이 늘어나 그 언젠가는 500만 덴마크인을 다시 변화시킬 날을 기대해 본다.



연수 마지막 날, 빨간 벽돌로 만든 암스테르담 중앙역에서 비를 맞으며 찾아간 곳은 쯔볼리(Zwolle)라는 네덜란드의 자그마한 마을이다. 이곳에 개혁주의 정신을 이어가는 학교인 Greijdanus가 우리가 방문할 마지막 학교다. 학교의 총 이사장인 마틴을 만나서 함께 인사를 나누고 학교를 좀 소개해달라고 했더니 대뜸 교육과정을 잘 요약한 작은 책자를 건네주었다. 학교의 교육과정철학을 아이콘으로 잘 나타내었고 각 아이콘이 상징하는 바가 무엇인지 하나씩 설명해 주었다. 예수님따르기부터 시작해서 섬김에 이르기까지 각 가치는 그에 맞는 성경말씀으로 잘 정리되어 있었고 이 모든 교육과정을 만들어 놓은 책과 그것을 요약한 작은 책자를 만들어 교직원.학생들이 자유롭게 가치를 공유하고 있었다. 7가지 가치 중 인지적이고 지적인 것을 추구하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모두 예수그리스도의 제자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잘 설명해 주고 있으며, 실제로 학생들을 훈육하거나 교사를 훈련시킬 때도 학교의 핵심가치를 공유하며 배워나갈 정도로 중시 여긴다고 한다.



Greijdanus 학교는 네덜란드에서 개혁주의 신앙을 따르는 학교 중 하나다. 이사장인 마틴은 이 학교가 네덜란드의 전형적인 학교와는 다르다고 말했다. 그만큼 이 학교는 개혁주의 신앙을 지키기 것을 중시 여기는 듯하다. 이미 3개의 기독교학교를 설립했고 설립 당시에는 학교들이 서로 도와가며 학교 설립을 도와주었다고 한다. 기독교학교가 또다른 학교의 설립을 도와주는 건강한 관계 속에서 2000명이 넘는 학생들이 개혁주의 신앙을 학교에서 배우고 있다. 앞으로도 이들이 네덜란드 사회에서 세속화되지 않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자들이 되길 기도한다.


7. 다시 웨일즈에서



꿈선생님과 함께 웨일즈 하노버 교회를 방문했다. 토마스선교사님을 파송한 하노버교회는 한국교회가 선교의 빚을 지고 있는 곳이다. 지금 이곳엔 5~6명의 영국 노인들이 쓸쓸히 교회를 지키고 있고, 재작년부터는 한인선교사님께서 파송되어 담임하고 계신다. 특별히 설교를 초청받은 꿈선생님은 어렸을 때 온갖 어려움을 겪은 가정사의 이야기를 나누시며 하나님께서 그 어려운 시절에 주신 꿈을 영국 성도들과 함께 나누었다. 그 꿈은 바로 빚진 자의 마음으로 다음 세대를 길러내는 기독교학교에 대한 소중한 꿈이었다.


이번 학교방문을 통해 알게 된 소중한 분들 특히 한국, 영국, 덴마크, 네덜란드, 각 나라에서 이 빚진 자의 마음으로 다음 세대를 길러내고 있는 마지막 그루터기를 통해 하나님께서는 지금도 부지런히 또다른 씨를 뿌리고 있는 듯하다. 언젠가 이 씨앗이 싹이 나고 잎을 자라나 넉넉히 그늘을 드리울 때가 되면, 급속히 세속화 되어가고 있는 이 광풍의 시대에 신앙의 거목이 되지 않을까? 그 소중한 꿈을 웨일즈의 작은 교회에 묻고 돌아왔다. 웨일즈에서 돌아오는 길에 다시 쌍무지개가 보인다.


<쌍무지개를 다시 보면서 하나님께서 주신 소중한 약속을 다시한번 기억한다.>


<좌측에 이시원 선생님과 박광제 선생님, FIC에서 공부하는 김지예 학생, 이유림 학생, 신병준 교장선생님, 김병준 선생님>


특별기고 이시원 선생님 wonseeyi@hanmail.net


* 소명중고등학교는 올 9월부터 영국의 사립명문학교인 세인트로렌스학교와 자매결연을 맺어 영국유학반 2.0시대를 열어갈 계획이다. 자세한 관련문의는 이시원 선생님 E-mail로 연락하거나 영국유학반을 담당하고 있는 John샘에게 하면 된다. 하나님의 꿈을 향해 영국에서 섬기시는 이시원 선생님과 가족을 위해서도 중보기도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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