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백두산-러시아 비전트립 특집>
2인 2색 비전트립 동행 취재기 ② 11학년 김하림 학생
비전트립-러시아편
다섯째 날인 금요일이 밝았다. 버스를 타고 러시아로 넘어가는 날이었다. 이 날의 일정은 버스로 이동하는 게 주였지만 의외로 그렇게 오래 타지는 않았다. 중국과 러시아의 세관을 통과하고 국경을 넘었다. 중국과 러시아의 시차는 2시간이다. 국경을 넘는 순간 2시간이 사라져 10시였던 시간이 12시가 되었다. 안중근 의사가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죽일 것을 결단하고 손가락을 끊은 장소에 세워진 기념비를 보았다. 거기서 잠시 기념사진을 찍은 뒤 다시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우수리스크에 있는 고려인 문화센터에 도착했다. 그곳에선 고려인들이 생기게 된 역사를 배웠다. 고려인들의 역사는 우리 민족의 비극이 것이다. 일제의 폭정을 이기지 못하고 연해주로 이주한 사람들, 일제에 대항하기 위해 연해주로 건너간 사람들의 후손이 지금의 고려인이다. 연해주로 건너가서 악착같이 살다가 1937년 소련 스탈린에 의해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 당하고, 그 불모지에서도 끝까지 살아남아 애초에 그들의 삶의 터전인 연해주로 돌아온 사람들이다. 같은 민족인데도 고려인들은 우리의 관심에서는 빗겨나가 있었던 것 같다. 고려인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도 많은게 현실이다. 한민족의 역사로서 우리는 알아야 할 의무가 있다.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비전트립 여섯째 날, 러시아에 온지는 이틀 째 되는 토요일이 시작되었다. 이날 본 것들을 두 가지로 나눈다면 '역사'와 '문화'이다. 최초의 임시정부를 만든 독립운동가 이상설을 기리며 서있는 기념비를 보았다. 치열하게 우리나라의 독립을 위해 싸웠지만 끝내 광복을 보지 못하고 연해주 땅에서 죽었다. 그는 옛 발해 땅이었던 그 곳 연해주의 강물에 유골을 뿌려달라는 유언을 했다고 한다. 독립운동가 최재형 생가에도 가봤다. 최재형은 연해주의 독립 운동가들의 후원자이자 정신적 지주였던 사람이다. 그의 생가는 관리가 안 되어 있는지 낡았고 들어가 볼 수 없었다. 초라하게 서있는 그 집은 한국인들의 관심 밖에 있는 연해주의 독립운동 역사를 보여주는 듯 했다. 최재형 생가와 멀지않은 곳에 고구려를 계승한 발해 역사유적지인 옛 성터로 이동했다. 말이 옛 성터이지, 그냥 황무지였다. 그 황무지에선 소들이 풀을 뜯고 있었다. 이곳이 그 옛날 만주를 호령하던 해동성국 발해의 수도였던 곳이라는 표지판도 하나 없이 버려져 있는 땅이었다. 발굴 작업도 진행되지 않은 모양이다. 대대적으로 발굴하면 많은 유물들이 나올 것이 분명한데도 발해의 옛 성터는 버려져 있었다. 러시아도 한국도 큰 관심이 없는 탓이다. 묻혀버린 역사를 끄집어내야 한다. 우스리스크를 떠나 블라디보스톡으로 가기전 중간즈음 위치한 라즈돌리에에 가서 통일을 준비하시는 전형수 선교사님을 만났다. 라즈돌리에는 그냥 시골 마을이었다. 왜 그런 곳에서 사역하시는 지에 대한 이유는 적잖이 놀라운 것이었다. 통일이 된다면 북한은 혼란스러울 것이다. 구한말 때처럼 북한에서 난민이 발생해 두만강 건너 연해주로 몰려 들어갈 가능성도 높다. 그렇기 때문에 라즈돌리에로 가서 북한난민을 대비해 기반을 닦고 준비하고 계시다는 것이다. 정말로 현실적이게 준비하고 계신 것이다. 말로만 통일을 말할 것이 아니라 그렇게 준비를 해놓는 것이 중요하다. 선교사님과 함께 고려인 강제 이주의 시발점이었던 라즈돌리에 역사(驛舍)에 갔다. 시베리아 횡단 철도가 지나는 곳이다. 기차가 역사를 몇 번 지나켰는데, 아무리 지나가도 기차의 끝이 보이질 않았다. 기차의 길이만 해도 1km가 족히 넘을 것이다. 그 다음 우리의 최종 종착지인 블라디보스토크로 향했다. 거기서는 러시아의 '문화'를 느낄 수 있었다. 독수리 전망대에 가서 블라디보스토크를 한눈에 볼 수 있었는데, 강처럼 흐르는 바다를 중심으로 아름다운 항구도시가 형성되어 있었다. 러시아풍의 건물이 아기자기하게 늘어져 있었으며 사람이 많고 활기찬 도시였다. 그 다음 간 곳은 잠수함 내부를 작은 박물관처럼 꾸며 놓은 곳이었다. 그곳의 바로 뒤에는 러시아 정교회의 교회 건물과 개선문이 있었다. 동화나 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서 나올 법한 느낌의 아기자기하고 예쁜 건물이었다. 9288km 시베리아 횡단 철도가 시작되는 블라디보스토크 역에도 가봤다. 기차에서 1주일 정도 지내면 모스크바에 도착한다고 한다. 또 거기서 기차를 갈아타면 독일의 베를린도 갈 수 있다. 기차를 타고 외국에 간다는 건 반도이지만 거의 섬처럼 사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겐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통일이 되면 시베리아 횡단 열차가 한반도 까지 들어 올 수 있을 것이다. 블라디보스토크를 지나 유럽까지도 가는 꿈같은 상상이 가까운 시일 내에 현실이 될 수 있길 바란다. 저녁 후에는 번화가를 지나며 구경도 하고 해변에 가서 휴식을 취했다.
다음 날은 주일이자 한국으로 돌아가는 마지막 날이다. 블라디보스토크에 세운 마을 '신한촌'을 기념하는 기념비에 잠시 들린 후 러시아 현지 한인교회에 갔다. 한인 교회라고는 하지만 반 이상이 러시아 사람이었고 예배나 찬양도 전부 러시아어로 이루어졌다. 거기서 부른 찬양은 언어는 다르지만 모두들 아는 곡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러시아어로 찬양하는 동안 우리 학교 사람들만 그 사이에 껴서 한국어로 찬양했다. 말은 통하지 않지만 하나님을 찬양한다는 것 하나로 통할 수 있었다. 신병준 교장선생님께선 이것이 천국의 풍경일 것이라고 하셨다. 말은 안 통해도 주님 안에서 하나가 되는 그러한 풍경이 천국의 풍경일 거라고 말이다. 주일에 교회에서 부르기 위해 여행을 떠나기 전 비올라 쌤과 함께 연습하고, 여행을 와서도 틈틈이 버스에서 연습한 특송, '주와 같이 길 가는 것'을 아카펠라로 불렀다.
그렇게 모든 일정이 끝났다. 블라디보스토크 공항에서 인천 공항으로 돌아왔다. 이번 비전트립은 즐거웠을 뿐 아니라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여행이었다. 북한에 대한 소명과 통합의 의미를 알게 되었고, 목숨 바쳐 싸운 수많은 독립운동가를 상기시킬 수 있었다. 또한 고려인에 대한 관심의 필요성을 보여주었다.
모든 여행을 이끌어주신 하나님과 기도해주신 학부모님들, 열심히 준비하신 선생님들께 감사를 드린다.
<북한 난민을 대비해 기반을 닦고 준비하는 전형수 선교사님의 이야기는 막연한 통일 준비가 아닌 구체적인 통일준비를 보여주었다ⓒ 소담소담, 소명중고등학교, 2015>
<6박7일의 비전트립을 마치고 인천국제공항 귀국후 기도해주시고 마중나온 부모님들과 마지막 기념촬영! ⓒ 소담소담, 소명중고등학교, 2015>
11학년 경청반 김하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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