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영화 [부활(The Risen)]
두 가지 관점 - 화인(畫印)론과 의미 해석
영화 [부활]의 시사회 참석차 서울극장을 찾았다. 인근에 처가가 있어 오랜만에 장모님과 함께했다. 장모님은 오랫동안 약수동에 있는 교회에 출석하시면서 권사로 봉사하고 계신다.
영화가 끝나고 자막이 오르면서, 장모님 사이에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먼저 장모님께 질문을 드렸다.
"영화 내용이... 성경과 많이 다르죠?"
5초 정도 침묵이 유지되었다. 평생 보수적인 교회 공동체에 몸담고 계셨기에 어떤 말씀을 하실지 짧은 시간 긴장이 밀려왔다. 이내 장모님께서 입을 여셨다.
"괜찮아, 말하고자 하는 것은 성경과 동일하니까..."
장모님의 짧은 답변이 영화 [부활]의 감상평으로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영상매체로 표현된 성경의 이야기는 결코 성경과 동일할 수 없지만, 이 영화는 그 의미를 잘 담고 있었다. 문화신학자 폴 틸리히가 성찬을 빗대어 말한 명제가 다시 떠오른다. '유한을 무한을 담지하나, 유한이 무한은 아니다.'
성경을 소재로 한 많은 영화들이 개봉을 앞두고 기독교 대중 앞에 긴장을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기독교에서 가장 거룩하게 여기는 성경을 '얼마나 정확히' 표현했느냐가 '좋은 기독교영화'의 시금석(試金石)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헐리웃에서 성경 이야기를 소재로 제작한 영화인 [노아(2014)], [엑소더스 : 신들과 왕들] 등은 기독교계의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성경을 소재로 만든 영화들의 위험성은 특별계시인 성경의 말씀을 변질시켜 그 의미를 왜곡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사실 이것은 영화 매체 뿐 아니라, 매 주일 강단에서 선포되는 설교도 마찬가지이다. 설교가 진리를 담고 있지만, 설교 그 자체가 진리가 될 수는 없다.
겉보기에는 기독교 문화처럼 보이지만, 그것이 전달하는 메시지가 비기독교적인 것들의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이런 대중문화의 위협 속에 문화사역자들이 파수꾼이 되어 성경의 왜곡을 막고 복음의 순수성을 지키는 운동이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하지만 몇몇 사역자들은 문화가 전달하는 핵심 메시지는 간과하고, 음악이나 영화의 일부 장면이나 텍스트를 문제 삼아, 문화 매체 전체를 매도해 버리는 잘못을 저질렀었다.
이러한 편협한 문화 비판을 '화인(畫印)론'이라 불렀는데, 영화 속 특정한 장면이 도장을 찍듯 우리의 뇌 속에 각인되어 우리의 신앙에 위협을 준다는 주장이었다. 이것은 아직 문화에 대한 분별력이 없는 어린이들에게는 설득력이 있지만, 대중문화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다수의 그리스도인들의 문화 관점으로는 적절하지 못하다. 대중문화 또한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허락하신 은혜이며, 그리스도인들이 기경해야 할 불모지이기 때문에 보다 큰 관점이 필요하다.
만약 화인론의 프레임으로 영화 [부활]을 낱낱이 파헤쳐 보면 어떨까? 영화 속 세 가지 장면을 화인론으로 분석해 보았다. 먼저 주인공 클라비우스가 부활하신 예수님과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다. 부활의 실체를 목격하고 잠을 잘 못 이루는 클라비우스 호민관은 밤중에 기도하시는 예수님을 목격하게 된다. 영화 속 예수님은 바위 위에서 마치 가부좌 자세로 깊은 명상을 하고 계셨다. 우리에게 익숙한 예수님의 기도 모습이 아니라, 마치 뉴에이지 명상의 모습과 흡사하다. ‘인도로 간 예수’라는 책 제목이 떠오르는 장면이다.
두 번째는 예수님의 승천 장면이다. 사도행전 1장에 의하면 예수님은 감람산에서 구름사이로 승천하셔야 하는데, 영화에서는 일출하는 태양 속으로 걸어가시면서 자취를 감추신다. 태양은 거대한 원으로 표현되고 사라지시는 장면에서는 큰 빛과 에너지를 방출하며 제자들을 놀라게 한다. 원(circle) 또한 뉴에이지 운동의 상징이며, 이들은 신적 에너지의 존재를 믿는다. 이 신적 에너지는 스타워즈의 포스, 즉 기(氣)와 동일한 것이다. 결국 예수님의 승천은 포스의 힘에 의해 이뤄진 것으로 비춰진다.
마지막은 영화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장면이다. 기독교인들에게 익숙한 요한복음 20장, 도마가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는 장면에서 클라비우스 호민관 역시 부활하신 예수님을 처음 대면한다. 문제의 장면은 예수님과 제자들이 모여 있는 집 출입문 앞에 한 노인이 역시 가부좌 자세로 상체를 흔들며 기도에 빠져 있다. 순간 힌두교 스승인 그루(guru)의 모습이 겹쳐진다.
위 세 가지 장면을 화인론으로 분석해 보면, 영화 [부활]은 힌두교나 뉴에이지 사상에 물들어 있다. 치밀하게 연출해서 만드는 영화에서 위의 세 개의 장면들은 결코 우연의 일치로 보기 어렵다.
그렇다면 이제 화인론 프레임이 아니라, 장면들에서 전달되는 메시지들을 생각해 보자. 위 첫 번째 장면에서 주인공은 예수님의 십자가 처형 임무를 마친 후 목욕탕에서 빌라도와 인생의 가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부활하신 예수님은 클라비우스가 말했던 말을 그대로 다 알고 계셨다. 여기서 주인공의 의심은 걷히고 예수님을 신적 존재로 믿게 된다.
두 번째 장면에서는 성경의 메시지가 잘 담기지 못했다. 성경 기록에 의하면 예수님의 승천 사건은 제자들로 하여금 온 세계에 복음을 전하라는 대위임명과 연관되어야 하는데, 그것이 잘 표현되지 못했다.
마지막 세 번째로 언급된 장면은 주인공이 처음으로 부활하신 예수님을 목격하는 장면으로 극적인 연출이 돋보인다. 여기에서 의심과 확신의 경계 사이에 있는 주인공의 내면 심리가 표현되었는데, 클라비우스는 곧 ‘의심하는 도마‘의 내적 갈등이 가시화된 인물이 된다. 이 장면에서 주인공을 통해 ’서술자의 개입‘이 이루어 졌다.
화인론 프레임은 대중문화의 편협한 해석을 제공한다. 보다 큰 관점으로 문화에 접근하는 안목을 다져야 한다. 그렇다면, 큰 관점으로 보아야 할 [부활]의 메시지는 무엇인가. 그것은 성경이 가지고 있는 메시지와 동일하다. 부활을 경험한 사람의 삶은 그 이전과 결코 같을 수 없다.
영화는 결코 진리인 성경이 될 수 없다. 영화는 끝났다. 이제 영화의 모티브가 된 마태복음 27장을 통해 확신과 의심의 간극을 깊게 묵상해보자.
성경과 박광제 선생님 planofgo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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